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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챌린지에 참가한 김태희(가명) 씨가 화장품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선크림 튜브를 자른 모습. 튜브 끝까지 남은 크림까지 바르니 4일은 더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월급날, 당신의 기분은 어떠합니까.
기자는 한 줌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느낌이었다. 돈 나갈 곳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통장 속 숫자는 ‘내꺼인듯 내꺼 아닌 내꺼같은 너’였다.
7월 어느날, 서울 도심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기자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차돌박이와, 약간의 양배추, 그리고 약간의 파가 들어간 파스타였다. 그게 2만2000원이었다. 파스타라서 그렇다고? 옆동네의 콩나물 국밥은 1만원, 외근 가서 먹은 강남의 갈비탕은 1만5000원이었다.
서울의 한 김밥집의 메뉴판. 제일 싼 김밥 한줄의 가격은 어느새 4000원이 돼 있다. 김희량 기자 |
3년 연속 근로자의 실질임금 하락, 물가상승률에 한참 못미치는 소득 증가율…. 소비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변화가 필요했다. 기자와 같이 밥을 먹던 직장인 전지현(가명) 씨가 맞장구를 친다. “이번달엔 뭘 줄여야 할지 모르겠어.”
월 생활비 ‘50만원 챌린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도대체 어디에 돈을 쓰고 있고 어떻게 아껴야 할지 알고 싶었다.
기자와 전지현씨가 시작한 일에 30대 초반 청년 둘이 동참했다. 넷은 8월 한달 매주 월요일, 변동지출 소비 내역을 카카오톡으로 공유했다. 단, 변동지출 항목과 소비 성향은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노력에 집중해 체험기를 읽어주시라.
선물받았던 쿠폰을 써 커피를 먹기 위해 땡볕에서 10분을 걸었다. 흘러내리는 땀줄기의 값은 6200원(커피값)이었을까. 김희량 기자 |
“사실 한달에 정확히 얼마 쓰는지 모릅니다….”
50만원 챌린지는 고정비용이 아닌 변동 지출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절약하되 자신의 소비 패턴을 알고 목적이 분명한 소비를 하자’는 게 공동의 목표였다. 하우스메이트와 사는 기자와 신혼부부인 전지현(무자녀) 씨, 부모님과 거주하는 신동엽(혼자 남성, 가명)·김태희(가명) 씨가 참여했다.
왜 1인 가구는 빠졌는가. 섭외하려던 ‘자취러’ 지인은 이미 월 생활비를 50만원 아래로 통제하고 있었다. 그는 “월세가 비싸서 어쩔 수가 없다. 내 점심은 도시락이다”라는 말을 남긴 채 우리를 응원했다.
또 다른 지인은 하던 대로 살라고 했다. “아끼는 사람 늘어나는 게 마냥 좋진 않다. 서울페이(지자체 발행 상품권, 할인율 5%) 같은 쏠쏠한 애들 구하는 거 더 힘들어진다”면서. 이 사람도 월 생활비가 50만원대다.
참가자들은 챌린지 대상을 ‘지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소비’로 정했다. 기자는 주거비, 교통·통신비, 보험료, 운동비, 마사지비(거북목 개선용)는 고정 지출로, 경조사비와 휴가비는 별도 통장으로 관리한다. 우리의 챌린지 대상은 대체로 식비(카페비, 외식비), 쇼핑, 편의점, 택시비에 맞춰졌다. 챌린지 기간은 8월 한달이지만 2주 전부터 각자 휴대폰 보험, 스트리밍 서비스 등 활용도가 낮았던 지출을 정리하며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4명 중 절반만 50만원 대로 지출을 줄였다. 하지만 돈을 아끼는데는 모두 성공했다. 평월 대비 신동엽 씨는 최소 50만원, 나머지 3인은 인당 15만원~20만원 지출이 줄었다.
한달 간의 성적표를 먼저 공개한다. 특히 고물가 주범인 식비(혼밥, 약속, 간식비, 카페 등 포함)는 별도로 표시했다. 이들은 업무 특성상 점심 식대가 대부분 지원돼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0~20만원의 부담이 적은 케이스다. 아이 또는 반려견이 없는 것은 챌린지를 하기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전지현(가명) 씨가 8월 아침 커피 대신 들고 출근했던 미숫가루통. 귀찮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니, 남편이 월화수목금 매일 아침 챙겨줬다고. 그는 챌린지의 숨은 조력자 중 한명이었다. [전지현(가명) 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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