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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표 소통’ 어디로…‘용산시대 상징’이 사라졌다
尹대통령, 21일부로 출근길 문답 전격 중단
“불미스러운 일, 재발 방지안 없인 지속 불가”
전날 오후엔 도어스테핑 공간에 가림막 설치
MBC 기자·비서관 충돌 여파…교체 요구 관측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소통’의 상징이던 출근길 약식 문답(도어스테핑)을 전격 중단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날 도어스테핑이 진행되던 공간인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나무합판으로 된 가림막(가벽)이 들어선데 이은 것이다.

중단 사유로는 지난 18일 MBC 기자와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에 발생한 공개 설전을 들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이나 대통령실 직원과의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사실상 ‘MBC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언론 압박, 소통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분께 용산 청사에 도착해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윤 대통령의 출근 직전인 이날 오전 8시54분 언론공지를 통해 도어스테핑 중단을 알렸다.

통상 윤 대통령은 외부일정 없이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날에는 출입기자들과 도어스테핑을 진행해왔다. 지난 6개월여 동안 가진 도어스테핑 횟수만 총 61회에 달한다.

지난 7월 출입기자단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당시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 지난달 31일부터 일주일간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관련 국가애도기간 동안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적이 있으나 이 같은 내부 요인 때문에 중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령실은 당초 전날 오후 청사 1층에 설치된 가벽을 두고 도어스테핑 중단 전망이 나오는데 대해 “정해진 것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하루만에 도어스테핑 중단을 공식화했다.

특히,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MBC 기자-비서관 충돌 사태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전날에는 ‘보안상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해당 가벽이 ‘유리보안문’ 설치를 위한 것이라며 “(MBC 기자-비서관 충돌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당시 ‘MBC 전용기 탑승 배제’ 관련 질문에 ‘악의적인 가짜뉴스 탓’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MBC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이의를 제기했고 윤 대통령은 대답 없이 집무실로 향했다. 해당 기자는 대통령이 자리를 떠난 후 현장에 있던 홍보기획비서관과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해당 기자의 질문 태도 등이 부적절했다고 보고 출입기자 교체, 출입금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는 상태다. 상당수 참모진이 윤 대통령에게 도어스테핑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MBC 출입기자 교체 등의 조치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소통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도어스테핑이 완전히 중단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도어스테핑은 ‘용산시대’의 상징이자 국민과의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윤 대통령도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출근길 문답으로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며 “대통령이 얼마나 애정을 가졌는지 여러분(언론)이 잘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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